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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3배·암 발생 30% 증가"...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고 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은 약 37%다. 유병률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비만을 '유병률'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 국제보건기구(WHO)는 1997년부터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비만이 많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구화된 식습관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생활 환경으로 인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도 성인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안현지 원장(강남에프엠의원)은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배 이상,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4배 이상, 일부 암 발생 위험은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이 단순히 체중이 불어난 것을 넘어 성인기의 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야기하는 다양한 건강 문제와 그 대응법까지 안 원장 도움말로 면밀히 살펴본다.
세 살 비만 여든 간다… 청소년기 비만 세포, 크기뿐 아니라 개수도 늘어나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이 급증한 것처럼 소아청소년 비만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 이후에는 과체중과 비만을 합한 비율이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과거와 비교하면 초등학생 연령대의 비만율 증가가 두드러지며, 지금까지는 남아의 비만율이 대체로 높았지만 최근에는 여아의 비만율 증가도 눈에 띈다. 안현지 원장은 "최근에는 초등학생도 60~80kg이 넘고, 중고등학생은 100kg, 심지어 150kg이 넘는 경우도 많다"며 "비만으로 처음 내원할 때 이미 지방간, 고지혈증, 인슐린저항성, 당뇨 전단계 등 비만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세 살 비만 여든 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실제로 학동 전기에 비만한 경우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청소년기 비만은 80~90%가 성인 비만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승엽 원장은 지난 하이닥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기에 비만하게 되면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라 개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성인이 돼서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 증상 가벼워 치료 시기 놓치기 쉬워
비만한 청소년에게서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대사 이상은 성인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안현지 원장은 "청소년 비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인슐린 저항성이 매우 두드러진다는 점"이라며, "사춘기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시기인데, 여기에 비만이 겹치면 공복 인슐린과 인슐린저항성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지방간, 공복 혈당 장애, 초기 당뇨병, 중성지방 상승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소아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달리 이런 수치들이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도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등 가벼운 증상으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서와 심리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비만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고 반대로 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악순환 구조에 대해 안 원장은 "또래 친구들에게 비만으로 외모 비교를 당하며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먹지 않고 가정에서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으로 식사를 때우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런 불규칙적인 식사는 비만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그 시기에는 가장 중요하다"며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또래 관계는 최대한 지켜주면서도 체중을 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운동·식사·수면 종합적 관리가 필수… 청소년 비만 관리는 가장 좋은 보험
이렇듯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청소년기 건강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까지도 건강 문제가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현지, 전승엽 원장은 입을 모아 "운동습관과 식습관, 수면습관까지 종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하며, 생활 습관 개선의 핵심을 짚었다.
식습관
소아청소년기는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도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밥의 양을 줄이기보다는 매 끼니 단백질과 채소를 포함하고 과자나 빵, 음료 같은 설탕, 액상과당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습관
헬스장 등록 등 특정 운동 습관을 추가로 만드는 것은 청소년기 스스로의 의지로 지속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평상시의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주중에는 학교, 학원 등 짜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 주말에는 가족끼리 교외로 나가 자연을 접하고 야외 활동을 하는 걸로도 충분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수면습관
수면 부족과 늦게 잠드는 습관도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늦게 잠들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늘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영양 성분표를 읽는 방법을 교육해서 달고 중독적인 음식을 찾는 경우를 줄이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전 원장은 "부모님의 교육은 잔소리가 될 수 있지만, 병원에서는 일종의 진료가 되고, 치료가 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도 확대되고 있어서 가정에서의 관리만으로 치료가 힘들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의 치료 허가가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확대되어 도움받을 수 있게 됐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향후의 건강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질병'이다. 안 원장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중 궤도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보험이다"라고 강조했다.